2019년은 "나는 개발자가 될거야!" 라는 확답을 듣기 위해 스스로에게 끝없이 질문하며 삽질하던 해로 요약할 수 있겠다.
간단한 결론이지만, 나름 마음 고생을 했다. 배움의 즐거움과 무한경쟁의 사회 사이에는 무시무시한 거리감이 있다는 것을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고, 덕분에 나는 전공인 경영학 경험도, 비전공인 프로그래밍 경험도 애매한 취준생이 되어 길을 잃었다. 2년간 나름대로 열심히, 또 즐겁게 데이터 분석과 웹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았지만, 막상 취직할 때가 되니 내가 즐겁게 공부한다는 이유로 월급을 주는 회사 같은 건 없었다.
그렇다고 작은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바닥부터 경험을 쌓자니
1. 이전에 스타트업에서 웹 개발자로 일해 본 경험상 좀 더 규모있는 회사에서 사회 경험을 쌓고 싶었고,
2. 무엇보다 내가 그나마 다룰 수 있는 프론트엔드 웹 기술을 더 하고 싶은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상세한 이유는 기회가 되면 써보고 싶다.)
요약하자면 "개발에 관심이 있지만 재미위주로 공부했더니 원하는 회사에 취업할 실력은 안 되고, 그나마 할 줄 아는 것도 확신이 없어서 더 하기 꺼려진다"(???) 라는 답도 없는 상황이었다.
스스로도 확신이 없으니 개발자 취업을 위해 더 준비하기보다 일반 대기업 공채를 노렸고, 2019년 취준 두 시즌을 삼성전자 SCSA 같은 교육 연계 전형이나 타 대기업 IT 기획 쪽으로만 썼다. 결과는? 서류통과나 필기합격은 종종 있었지만 최종까지 간 것은 없었다. (애초에 개발에 미련이 남아 지원한 회사가 많지 않았다.)
지옥같은 인적성 공부를 비롯해서, 끔찍했던 취준 과정은 "개발자 준비를 제대로 하고 싶다." 는 결론을 남겼다. 프로그래밍은 재밌고 흥미롭지만, 비전공자인 내가 개발자로 취업한다는 게 너무 어렵고 힘들 것이란 생각에 꺼려졌었는데 전공따라 취업을 준비한다고 해서 쉽고 재밌진 않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이왕 개발자가 되기로 한 이상,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뒤로 미루기만 했던 기초 공부를 시작했다. 인프런에서 홍정모 교수님의 "따라하며 배우는 C++" 와, "따라하며 배우는 C" 를 결제해 들었고, 다행히 올해 안에 1회독 하겠다는 다짐을 지킬 수 있었다.
엄청난 분량의 강의로 C 와 C++ 을 접하고 나니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벽을 넘은 기분이다. 비록 제대로 쓸 수 있으려면 다양한 방법으로 응용, 복습해야겠지만, 힘든 것을 꾹 참고 다 듣고 나니 앞으로 무슨 공부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근거없는 자신감이 솟구쳐 오른다. 그리고 이 자신감을 시험해 보라는듯 SSAFY 3기에 합격했다. (Samsung SW Academy For Youth)
"죄송하지만 개발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 고 부모님께 어렵사리 말해 놓았는데, SSAFY 의 지원 덕분에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기회를 얻은 만큼, 더 큰 꿈을 위해 미친듯이 달려볼까 한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리스크는, 아무런 리스크도 지지 않는 것이다." _마크 주커버그
복학 후 우연히 마크 주커버그의 인터뷰와 마주친 때가 기억난다. 나는 타고난 쫄보인데도, 저 말에 알 수 없는 도전의식이 불타올라 곧장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했다. 돌이켜보니 최선을 다했다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꾸준히 프로그래밍을 공부했고, 어느새 개발자가 되기 위한 길목에 섰다. 성공하는 사람은 "그랬다면 좋았을텐데.." 같은 과거 가정 대신 "어떻게 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같은 미래 계획에 집중한다고 한다. 그래서 왜 더 빨리, 개발자 준비를 하지 않았을까 후회하지 않겠다. 대신 앞으로 내가 해내야 할 목표에 최선을 다하겠다.
"저는 걷는 게 느린 사람입니다. 그러나 절대로 되돌아가지는 않습니다." _에이브러햄 링컨